불안은 저장된 행동을 실행시켰다. 말이 빨라지고, 톤이 높아졌다. 격양된 모습이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역주행하며 날뛰던 소떼 같아 보였을 거다. 이 순간을 스스로를 컨트롤해야 했었다. 수십 번 돌이켜봐도 그 순간에 날뛰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건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다행이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았으니까. 태어날 때부터 내게 쏘아진 자극은 정해져 있었다. 태생이며, 운명이었다. 그리고 지독한 운의 작용이었을 거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몰랐을 수도 있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였다. 과거에 무엇이 어떻게 나를 만들었는지. 현재 불안이 어디서 왔으며, 나에게는 왜 이렇게 작용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행동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