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커피잔은 반쯤 비워졌고, 시간은 꽤나 흘러갔다. 흐물흐물한 정신상태는 이후로도 주욱 이어졌다. 그럼에도 다시 페이지를 돌아와 '3장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을 펼쳤다. 처음 가져본 욕심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고, 현재 '여유 없음'을 온몸에 휘두른 나에게 위트와 재미와 생의 활력을 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에서였다.
□ 글귀
인간의 경험이 생략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즉 우리가 뭔가에 중요성을 부여할 때마다 그 길잡이가 되는 보다 뚜렷한 이정표들이 얼마나 쉽게 제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루스트는 가장 선호했던 읽을거리가 다름 아닌 기차 시간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표를 마치 시골생활에 관한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읽고 즐겼다. 왜냐하면 기차역 이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프루스트의 상상력은 전체 세계를 공들여 만들기 위한 재료를 얻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지 않게요". 이렇게 너무 빠르지는 않게 지나감으로써 얻는 이득이란, 그 과정에서 이 세계가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아닐까?
프루스트는 이런 접근방식을 가리켜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은 할 '시간이 없음'을 이유로 들어 '바쁜' 사람들 -그들의 일이 제아무리 어리석다 하더라도- 이 느끼는 자기만족"이라고 정의했다.
□ 이 책은
이 책은 개정판이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에서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로 이름을 바꿨다.
프루스트가 14년간 빚어낸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알랭 드 보통이 깊숙이 파고들어, 새롭게 만들어낸 자기 계발 지침서다. 참고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약 600페이지, 총 12권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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