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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까비노 2025. 10.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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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집단과 조직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 이상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가 정체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각자 자기 이름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 책은 사회 현상을 관찰해 "핵개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앞으로의 경쟁 방식을 예고한다."

 

 

저자는 핵개인의 등장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영역을 제시한다. 각 영역은 지금 벌어지는 변화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너는 이미 다른 게임판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직 예전 규칙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첫째 영역: 규칙을 만드는 주체의 변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규칙은 더 이상 국가나 회사가 내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만들고 갱신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위계·연차·직급으로 사람을 줄 세우려 하지만, 실제 영향력은 그 틀 바깥에서 생긴다. '선배 말 잘 듣는 후배'는 더 이상 이상적 인재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도 오래 존경하지 않는다. "저 사람 인정하지, 한 5분 정도?"라는 태도가 드러난다.

존경의 조건이 달라졌다. 과거 경력이나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실제로 유용한가", "이 사람이 지금도 스스로 업데이트하고 있는가"다. 직급은 이제 보호막이 아니다. "나는 한때 대단했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존중은 현재형으로만 지급된다.

 

둘째 영역: 생성형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개인은 더 이상 인간 동료와만 경쟁하지 않는다. 속도, 반복, 정밀함에서 인간은 이미 AI에게 밀린다. 그건 비극이 아니라 조건이다. 중요한 건 "AI를 도구처럼 부려야 한다"가 아니다. "AI를 팀 동료로 받아들이고, 그 동료를 통해 나 혼자서도 조직 단위의 산출물을 낼 수 있는가"라는 관점 전환이다.

예전엔 회사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일—브랜딩, 제작, 유통, 고객 접점 확보—이 이제 개인 단위에서도 가능하다. 저자는 이것이 핵개인에게 기회라고 말한다. "나 혼자여서 못 한다"는 말은 더 이상 방패가 아니다.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빠르게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영역: 채용이 아니라 영입

기존 조직은 사람을 '채용'했다. 정해진 자리에 맞는 사람을 골랐다. 이제는 다르다. 회사가 원하는 건 자기 이름으로 이미 증명된 사람이다. 그래서 표현도 달라진다. 채용 대상이 아니라 영입 대상이다.

영입은 이런 뜻이다. "저 사람 한 명 데려오면 판이 달라진다." 개인의 유통성과 조직의 유통성을 같은 레벨에서 평가하는 시대다.

이 시대에 중요한 건 이력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는 미화된 자기소개서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문제를 풀어낸 증거, 내가 다뤄 본 현장, 내가 번역해 낸 복잡성, 내가 움직인 사람들의 흔적이다.

저자는 이것이 앞으로의 "글로벌 계급장"이라고 말한다. 소속(어느 회사)이 아니라 증거(무엇을 했는가)가 나의 등급이 된다. 결국 나의 단가는 내가 쌓은 증거의 명료도에서 결정된다.

 

넷째 영역: 효도의 종말, 나이 듦의 미래

세대 간 관계에서 오래 당연시되던 구조—부모 세대는 희생과 권위를 요구하고, 젊은 세대는 의무적으로 받드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 하나로 존중을 강요할 수도, 젊다는 이유로 '아직 모른다'라고 깎아내릴 수도 없는 국면으로 사회가 이동하고 있다.

저자는 흥미로운 전환을 짚는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불안하다 / 미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지금은 내 것이다 / 지금은 내가 산다"는 감각을 갖는다. 반대로 나이 많은 세대 중 일부는 과거 영광으로 버티지 않고, 현재형으로 계속 새 플랫폼에서 자신을 증명한다.

누가 존중받는가? 결국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과거 자랑이나 미래 약속이 아니라 지금 보여주는 실행.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잔인한 기준이다.

 

다섯째 영역: 핵개인의 출현

핵개인은 조직이 정해준 호칭이 아니라, 스스로의 서사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서사란 화려한 포장 문구가 아니다. 반복적으로 한 문제를 파고든 흔적, 실패와 수정까지 포함된 실제 기록이다. 여기서 중요한 능력이 '리터러시'다. 리터러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숫자, 이미지, 영상까지 포함해 디지털 신호 전체를 해석하고, 그중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선택 능력이다. 이 선택 능력이 약하면, 개인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기 말도 못 해보고 휩쓸린다.

책은 또 하나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마이크로 커뮤니티.

핵개인은 "전 국민의 스타"가 될 필요가 없다. 대신 작지만 깊은 공동체와 신뢰로 연결돼 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밀도다. 그 밀도가 쌓이면 그것이 곧 권위이고, 권위는 다시 단가가 된다.

 

책을 덮고 질문을 떠올려본다.

어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가?

어떤 문제를 꾸준히 붙들어 왔는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사를 이미 밖으로 보이고 있는가?

 

저자는 국가나 회사가 정답을 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정부도 해결 못 한다"라고 말한다. 이 시대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너무 세분화되어 있으며, 너무 개인화되어 있다. 그래서 해답은 '우리'라는 거대한 연대가 아니라, '나'라는 구체적인 사람의 역량과 연결망, 그 연결망의 상호 지지에 달려 있다.

 

이 대목은 동시에 차갑고 잔인하다. "시켜주는 일 잘하면 언젠가 안정"이라는 약속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들어오는 건 "지금의 나를 포트폴리오 화하라", "지금의 나를 번역 가능하게 말하라", "지금의 나를 영입 가능한 존재로 설계하라"는 요구다.

"핵개인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증명할 차례는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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