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커피잔은 반쯤 비워졌고, 시간은 꽤나 흘러갔다. 흐물흐물한 정신상태는 이후로도 주욱 이어졌다. 그럼에도 다시 페이지를 돌아와 '3장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을 펼쳤다. 처음 가져본 욕심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고, 현재 '여유 없음'을 온몸에 휘두른 나에게 위트와 재미와 생의 활력을 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에서였다. □ 글귀 인간의 경험이 생략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즉 우리가 뭔가에 중요성을 부여할 때마다 그 길잡이가 되는 보다 뚜렷한 이정표들이 얼마나 쉽게 제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루스트는 가장 선호했던 읽을거리가 다름 아닌 기차 시간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표를 마치 시골생활에 관한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읽고 즐겼다. 왜냐하면 기차역 이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