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가락은 역할에 충실하다. 매수. 매도. 매수. 매도. 생각은 마우스를 통해 실현된다. 이놈의 역할이 하나는 아니다. 펜이나 키보드를 통해 생각을 표현한다. 젓가락을 쥐고 면발을 운반하기도 하며, 세수를 하며 눈가 주위를 한번 더 닦기도 한다. 제 역할이 아닌 경우도 많다. 테이프 비닐을 못나게 붙이기도 하고, 바닥 걸레질이나 빗자루 사용이 어색하기도 하다. 참. 가운데 손가락은 숫기가 없어서 혼자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내 손가락이 너무 고맙다. 즐거운 일에는 제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 줘서. 생각이 먼저인지 손가락 의사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