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비노 책방

독서의 기쁨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까비노 2019. 7. 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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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돈, 부동산 같은 물질적 욕구도 있겠지만 행위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겁니다. 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흡족한, 흐뭇한 마음이나 느낌을 기쁨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저자의 욕구를 책 제목에 표현한 것 같습니다. 책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오치드 색상 비슷한 표지에 가독성 좋게 '독서의 기쁨'이라는 책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물성'이라는 첫 부분을 읽으며 책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표지에서 받은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흔한 자기 계발서로 착각했습니다. 다행히 그 부분을 넘기니 저자의 책 사랑이 더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사랑해온 사람이 책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책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되, 다른 책들보다 먼저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책들을 단단히 뒷받침해주는 책으로 만들어 달라고, 물론 표지는 이쁘게 말입니다.

 

 저자는 당당히 말합니다. 이번 장은 여러분에게 영업을 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설득할 때 논거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독서가 게임, 유튜브, 소셜미디어와는 다른 점을 얘기해 줍니다. 바로 '공허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말을 걸고 싶고 무언가 충만한 일을 하고 싶을 때, 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여러분이 손만 뻗는다면'.

 

 책과 꼼꼼히 대화를 하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정도로 즐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속독하기보다는 천천히 여러 번 읽어야,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곱씹으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책으로부터 얻은 다양한 감정과 사유가 그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한 귀퉁이를 빌려 저자에게 질문을 하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밑줄도 쳐둔다. 이 구절이 지금의 내 인생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숙고하고 받아들이거나, 인정하거나, 반박해본다.'

 

 교양서는 인문교양서와 과학교양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문교양서는 한 가지 혹은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입니다. 과학교양서는 연구결과에 대해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보여줍니다. 교양서를 읽을 때는 흥미를 가지고 읽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의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진리는 그 시대의 자녀이며, 보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통해 제시해왔다. 반증에 의한 이론의 폐기, 이것이 과학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줄 일이 생기면, 일단 책장을 봅니다. 그래서인지 늘 제한적인 추천만 하게 됩니다 . 읽은 책 중에 소유하고 있는 책의 비율이 높은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책을 사는 행위, 즉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책을 내 눈과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싶다는 욕망 말이죠.

 

 책을 소유하면 책등이 보이게 꽂아놓으려 합니다. 책등이 보이지 않는 책은 없는 책이나 다름없습니다. 책등이 보이면 읽을 수도, 복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책은 소유할 때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책은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책이 보여주는 다양한 면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좋은 독서라고 믿습니다.

 

 저자는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 사람의 머릿속이 책장에 꽂힌 책과 점점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런 책장이 없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전공 원서와 책 몇 권이 전부입니다. 오래전 책 정리를 한 후, 전자책이나 도서관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저는 책장을 가득 채운 것보다는 비어있는 공간감을 더 좋아합니다. 책을 읽는 공간도 책과 노트북(또는 패드) 외에는 치우는 편입니다. 그렇게 한 권의 책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저자의 책장을 생각하면 괜스레 부러움이 생깁니다. '책장에 책을 소유해 볼까?'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생긴걸 보니 저자의 영업에 어느 정도는 넘어간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며 책장을 바라본다. 왜인지 책장을 바라볼 때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한동안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고통에 깨어있느냐는 물음이 죽비처럼 내리친다. 내가 책을 소유함으로써 얻은 것들 중 가장 소중한 한 가지만 꼽으라면, 이 물음이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하고 배경지식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브를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이라고 하네요. 책을 소개함으로써 독서 욕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책이라는 평생 배신하지 않는 좋은 친구를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얻은 즐거움을 표현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나서 펑펑 흘린 눈물,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읽고 뒤통수가 짜릿했던 지적 쾌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 실감한 삶의 회한,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고 느낀 우주의 아득함. <<고래>>의 장돌뱅이가 들려주는 것 같은 힘 있는 서사의 장쾌함, <<음식의 언어>>가 보여주는 문화의 교류 과정에 대한 놀라움,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느낀 공포, <<백년의 고독>>을 읽은 뒤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했던 멍함,
<<단지>>가 선사한 아픔.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으며 느낀 통쾌함, <<SKEPTIC>>이 보여주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정합성,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으며 입에 씁쓸하게 남은 외로움,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를 읽으며 들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 <<운명>>을 읽고 마침내 인정한 삶의 도피 불가능성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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