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비노 책방

언어의 온도

까비노 2019. 11.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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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말 들을게요", 이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속을 맴돈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그 존재 가치를 알기 때문일까? '두 분이 쌓아온 신뢰의 탑은 어떤 걸까?', 그런 상상을 하게끔 이끌어준 한 마디다. 내가 신뢰를 느꼈다면, 저자는 '사랑'을 느꼈다. 상대가 싫어하지 않는 걸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 생각해서 이다. 

 

 

 이 책 《언어의 온도》은 말, 글 그리고 행을 말한다. 말은 마음에 새기는 것, 글은 지지 않는 꽃 그리고 살아 있다는 증거인 행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사람들의 대화를 접한다. 때론 무관심하게, 때론 귀 기울여 듣는다. 그중에서 유독 마음에 와 닿는, 그래서 잠들기 전 다시 한번 떠오르는 말이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 새겨집니다.' 일까?

 

 우리 가슴에 새겨지는 말은 '따듯하거나 차갑거나', 이 두 가지 온도를 가진다. 그래서 어렵다. 마음이 아닌 몸이 느끼는 온도는 대부분 비슷하다. 37도를 전후로 춥고, 차갑고, 따듯하고, 뜨겁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적정 온도를 모른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말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책의 저자는 이기주 작가다. 출판사 서평에서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하나 빠진 게 있다. 저자는 따듯한 온도로 기록한다. 이 책 《언어의 온도》를 읽어보니 그렇다. 갓 구워진 과자를 조심스레 점퍼 안으로 넣는 남자는 도둑이 아니다. 식지 않은, 따듯한 과자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언어를 차갑게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온화하고 차분했던 사람도 '자동차'라는 강철 슈트를 착용하면, 다급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다. '격한 감정이 날 망가트리지 않도록 마음속에 작은 문 하나쯤 열어 놓고 살아야겠다. 분노가 스스로 들락날락하도록, 내게서 쉬이 달아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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