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비노 책방

행운에 속지 마라

까비노 2019. 7. 1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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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저자는 친절하지 않다. 읽기가 편한 책은 아니다. 투자, 철학, 수학, 문학을 구분 없이 다룬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장하는 내용이 일관적이다. '행운'. 다시 생각해보니, 친절한 책과 저자다.

 

 '나는 직감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위험 감수와 관련된 내 생각과 노력과 경험을 논하는 개인적 수필이지, 논문도 아니고 과학 보고서는 더더욱 아니다.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엄청난 규모의 예외 현상이 일어나는 불확실성을 일컫는 팻테일 (정규 분포와 달리 좌우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분포)이라는 두 가지 분야에 대해서 고민했다.'

 

 태도가 정반대인 두 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 보수적인 트레이더 네로와 잘난 척하는 이웃 트레이더 존이다. 두 인물의 등장과 함께 저자의 의도가 전해진다. 살아남는 건 네로다. 존은 실력으로 위장한 행운, 즉 결정론으로 위장한 우연을 가진다. 부유한 트레이더는 최악의 트레이더가 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일정 시점에서 보면,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트레이더는 시장의 최근 순환 주기를 가장 잘 맞는 트레이더다. 존이 되서 책을 읽는다. 행운에 속지 않았다면, 집 앞에 컨버터블 두 대와 최고급 독일제 차 두 대는 물론 거대한 저택도 그의 것이다. 네로는 집 앞에서 만날 때마다 시기심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영웅 오디세이의 이야기에서 내가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오디세우스가 되려는 엄두도 내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신화 속 인물이지만 나는 아니다. 그는 돛대에 묶일 테지만, 나는 기껏해야 귀를 틀어막는 선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은 우리 이상의 회계지식을 가진다. 정보의 불평형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귀를 틀어막는 선원이 될 수 있다. 거래를 하다 보면 선원이 되기 힘들다. 감정이 두뇌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영웅 오디세이의 이야기를 통해 운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모순된 말을 할 권리를 달라!'.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일어났다. 이것은 자신의 과거 발언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표현한다. 이런 욕망이 가장 우아하게 표현된 곳이 폭동을 일으킨 파리 학생들의 낙서였다. 자신의 과거 신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다.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그는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들은 과거 행동에 전혀 구속받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백지상태에서 시작된다. 특정 종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 종목 매수에 대한 것이다. 결과를 아는 것도 아니다. 당일에 대답을 번복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특히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였다면 말이다.

 

 '자신이 경로에 옭매이는지를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보유 효과라고 부른다). 당신이 2만 달러를 주고 그림을 샀는데, 미술시장 전망이 밝아진 덕분에 지금은 4만 달러로 가격이 올랐다. 만일 당신에게 이 그림이 없다면, 현재 가격으로라도 이 그림을 사겠는가? 사지 않을 생각이라면, 당신은 이 그림에 얽매였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가격에 사지 않을 그림이라면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아이디어에 얽매인다. 처음 얻은 신념이 너무 강해서 계속 유지될 때, 그 신념에 얽매인다고 말한다.'. 주가가 2만 원인 종목이 상승하여 4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내가 이미 상승한 종목을 매수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현재 가격에 사지 않을 종목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 본문이 전개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분, 솔론의 경고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보이는 역사와 숨은 역사, 그리고 희귀 사건의 포착하기 어려운 속성에 대해 성찰한다. 두 번째 부분, 저자가 직업상 겪은 확률 편향들을 제시한다. 이런 편향들은 계속해서 그를 속이고 있다. 세 번째 부분, 나 자신과의 싸움에 대해서 설명하고, 끝으로 몇 가지 실용적이고 철학적인 조언을 덧붙인다.

 

 ' 나는 주기적으로 MBA 출신들에게 운에 대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몇 마디로 요약해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다. 이런 요청을 받으면 랍비 힐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그에게 외다리로 서서 들어도 될 정도로 율법을 간략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었다. 천재적인 힐렐은 율법을 요약하는 대신,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져주었다. 남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하지 마라.
나머지는 모두 주석에 불과하다. 내 화두를 찾아내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화두는 이렇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마음 깊이 간직한 것, 개인적인 것, 이야기 들은 것, 실체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상적인 것을 경멸한다. 우리에게 좋은 것(미적 감각, 윤리)과 나쁜 것(운에 속는 어리석음)의 차이는 모두 여기서 나오는 듯하다. '

 

 가상의 인물들을 앞세워 행운에 속은 멍청이들로 표현한다. 특히 증권시장이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습관이 널리 퍼져 있는 세계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치과의사를 진정한 의미의 부자로 보고 있다. '운'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증권시장은 '운'에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투자를 하다 보면 분석이 맞아떨어져서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운 좋게 분석이 맞아떨어진 것인데도 마치 우리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적인 트레이더 네온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해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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