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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까비노 2019. 8.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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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유명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외에도 그것, 미저리, 스탠 바이 미, 미스트, 샤이닝, 캐리 등의 영화도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놀라운 건 100편에 달하는 영화, TV용 단편이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작가는 '스티븐 에드윈 킹'이다. 1947년 미국 출신인 그는 대표적인 다작 작가이다.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다. 그가 작가가 되는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삼류 만화를 베껴서 어머니께 보여주었을 때, "그런 삼류 만화를 따라 하지 말고, 네 이야기를 써보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의 배우자는 태비사 킹이다. 그에게 그녀는 첫 독자이자, 뮤즈다.

 

 그는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정신 감응이다. 우리는 정신의 만남을 갖는 중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경박한 마음으로 백지를 대해서는 안 된다. 불안감, 흥분, 희망을 느낄 수도 있다. 심지어 절망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결코 완벽하게 글로 나타낼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그래서 경박한 자세는 곤란한다. 

 

 글쓰기에는 연장통이 필요하다. 제일 위층에 어휘와 문법을 넣어야 한다. 어휘는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쓴다. 하나의 생각은 두 문장으로 나눠 쓰는 게 이해가 쉽다. 수동태를 쓰지 말자. 그리고 부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피해 가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떤 글은 '좋다, 나쁘다'라고 규정짓는 허위의식을 버려야 한다.

 

 연장통의 아래층에는 형식과 문체라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있고, 그전에 문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문단은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도이기 때문에 생김새도 중요하다. 문단에는 주제문이 있고 부연 설명이 뒤따른다.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이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연습을 통해 장단을 익혀야 한다. 

 

 좋은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두 가지 일을 해야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날마다 4~6시간 독서와 창작을 한다면, 그 과정에 친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문체와 서술, 짜임새, 빼어난 스토리에 매료되는 것은 성장에 필수적이다. 남의 글에 매료되지 못한 사람은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 없다. 

 

 글을 잘 쓰는 자신만의 장소가 있다. 그 공간에서 나는 하루에 낱말 2천 단어,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집필 장소에서 하루 목표량을 정해두며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나는 요란한 음악을 틀어놓는 게 문을 닫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모든 작가는 주의를 흩뜨리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글쓰기는 무엇이든 써도 좋다. 단, 진실만을 써야 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독자 자신의 삶을 반영할 때 독자는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는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섞어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일이 중요하다. 만약 여러분이 과학소설을 좋아하는 배관공이라면, 우주선을 타고 낯선 행성을 찾는 배관공의 이야기로 소설을 써도 좋다.

 

 소설은 세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서술, 묘사, 그리고 대화다. 나는 플롯은 믿지 않는다. 우리 삶속에 플롯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창조의 자연스러움과 양립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플롯보다 직관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줄거리보다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황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다음이 등장인물이다. 나는 미리 플롯을 짜 놓고 집필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한다. 묘사의 방법뿐 아니라, 중용을 지키는 분량도 중요하다. 탁월한 묘사는 모든 것을 한 번에 말해주는 몇 개의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다. 상투적인 은유나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라. 신선한 이미지와 쉬운 말을 사용하는 명료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좋다.

 

 대화는 인물에게 목소리와 성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더욱 잘 말해주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은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는 것이다. 대화문을 잘 쓰는 작가는 대개 남들과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좋은 대화문의 비결은 진실이다. 점잖은 사람들도 '제기랄'이라는 단어를 쓴다. 

 

 등장 인물 창조에 두 가지 할 일이 있다.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본 것에 대하여 진실을 말하는 일이다. 소설에 진실이 중요하지만, 등장 인물을 현실에서 직접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런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묘사와 대화와 등장인물 창조는 궁극적으로 명료하게 보거나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밖에 테크닉에는 의성어, 점증 반복, 내면적 대화, 동사 시제의 변화, 의식의 흐름, 배경 스토리 문제, 주제, 진행 속도 등이 있다. 이것들이 여러분을 향상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써먹어야 한다. 하지만 독자들이 읽기에 큰 불편이 없다는 확실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주제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소설을 쓸 때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일이 다 끝난 후에 숲을 보아야 한다. 초고를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에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책에는 뭔가 내용이 있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초고를 썼다면, 수정 작업을 해야 한다. 이제 원고를 다른 사람에게 내보일 순간이다. 이때 그 사람에게 그 작품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정신력을 재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금 완성한 작품에 관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완성한 초고는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6주 정도는 작품을 묵힌다. 생각나거나 읽어보고 싶은 대목을 당장 뜯어고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대목이 기억보다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이후 초고를 읽을 때, 스토리와 연장통을 가장 신경 쓴다. 결국 원하는 것은 울림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중용을 찾는 데 확실한 방법은 가상 독자다. 이야기를 풀어 놓는 속도나 배경 스토리를 만족스럽게 처리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상 독자가 언제 원고를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는지 잘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때 어떤 장면인지, 쉽게 중단했는지를 본다면 그냥 지워버린다. 진행 속도를 위해서 군더더기를 잘라낸다는 뜻이다. 

 

 자료조사는 전문화된 형태의 배경 스토리라 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멀찌감치 배경에 머물면서 배경 스토리를 마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좋다. 소설을 쓸 때 사실과 자료 조사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패하고 만다. 아는 것에 대하여 쓰려면, 자료 조사는 불가피하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지 말아야 한다. 

 

 저자 스티븐 킹은 글을 쓴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나는 쾌감 때문에 글을 썼다고.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억지로 쓴 글은 우리 독자들도 느낀다. 즐거워서 쓴 글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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