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안전표지, '생존 UI'
비상구 표지, 소화기 표지, 유도선은 법정 구비물일 뿐만 아니라 위험 인지와 탈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생존 인터페이스(UI)이다. UI가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의미로 전달되지 않으면, 그 설계는 실패이다. 산업안전은 최소요건 준수가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 특성에서도 실패하지 않는 설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안전색을 명확히 규정한다. 금지를 뜻하는 색은 ‘빨간색(7.5R 4/14)’이고, 안내를 뜻하는 색은 ‘초록색(2.5G 4/10)’이다.
그러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이는 심각한 설계 실패일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법으로 지정된 시스템이 색약자, 고령자, 문맹자 등에게 고위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법이 사용성 결함을 명문화한 셈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출간한 연구 보고서는“일반일뿐 아니라 고령자 및 색약자 등 개인의 유전자 특성이나 눈의 질환에 의해 다양한 색각을 가지는 모든 사람을 배려하는 색채디자인, 컬러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CUD)"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작은 표지판 부착을 넘어, 비상구 문 전체에 초록색과 흰색 사선 패턴을 적용하는 아이디어가 유효하다. 이 변화는 문을 건축물의 수동적 일부에서 능동적 시각 신호로 전환한다. 압도적 주목성은 위급 상황에서 누구나 직관적으로 대피로를 인지하고 신속히 탈출하도록 돕는다.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CUD)의 원칙은 ‘이만하면 됐다’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예외 없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요구한다. 우리는 매일 안전 표지판을 스쳐 지나간다. 그 표지판이 과연 모두에게 ‘안전’을 말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뿐 아니라 고령자, 색약자 등 다양한 사용자를 동등하게 배려하는 CUD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대두되었다. 이제 산업 전반에서 적용되기를 바란다.
※ 자료출처
1. 산업안전 컬러유니버디자인 연구보고서, 산업안전보건공단,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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