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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교토에 와서 17살 나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

까비노 2019. 9.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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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니체가 교토에 와서 17살 나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의 저자는 하라다 마리루이다. 그녀는 1985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교토 여자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시절 접한 철학서에서 많은 생각과 경험을 얻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작가, 철학 내비게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에는 《철학수업》이 있다. 이 책은 성격 유형에 따라 하루 한 장씩 사고의 키를 높여준다고 한다.

 

 책은 철학자들이 남긴 명언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 '축복할 수 없다면 저주하는 법을 배워라'는 이 책의 주인공 고지마 아리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현세에 나타난 니체의 말이다. 이 외에도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사르트르와의 만남을 통해서 주인공의 철학적 사고가 성장해 나가는 것을 그린다. 

 

 

 주인공 아리사는 실연의 아픔을 겪는 도중 마음에 꼭 와 닿는 문구를 발견한다. '축복할 수 없다면 저주하는 법을 배워라'. 사실 이 문구를 남긴 주인공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소원을 빌어준다는 신사에 다녀오는 길에 자신을 '니체'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나며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리사는 니체를 통해서 '르상티망', '영겁회귀', '운명애', '초인'이라는 단어를 접한다. 강자를 시기하는 약자들이 자신을 미화하는 '노예 도덕' 르상티망,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영겁회귀,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운명애, 영겁회귀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초인. 니체의 철학 사상이 둘의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니체의 소개로 만난 키르케고르. 그는 여름에 긴 코트에 마술사 모자 같은 것을 쓰고 나타났다. 그와의 만남에서 '나만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객관적 진실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개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을 시기의 대상으로 삼는다. 대중과 어긋나는 순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열정적으로 살지 않으면 시기심에 지배당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쇼펜하우어를 소개받았다. 그는 자신이 했던 말 '인생은 고뇌와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 같은 것이다'를 언급한다. 욕망에서 생겨나는 고뇌와 권태는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생긴다. 확고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눈과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여유가 있다고 아리사에게 말해준다. 기반이 되는 알맹이를 단단히 굳히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르트르가 아리사를 만나서 한 이야기다. 존재하는 이유가 없다는 건 사람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뜻이다.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모두 자기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라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사람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았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또 다른 어느 날 아리사는 하이데거를 만난다. 그는 대체 불가능한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말한다. 대체 불가능은 죽음을 통해 삶을 볼 때 가능하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현재를 살아야 한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유한한 인생이 자각되며 더욱 소중해질 거다.

 

 저자는 '철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원래 있는 의미를 각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아리사도 여러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서서히 피어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과의 문제, 육상부를 그만두며 생긴 문제, 짝사랑하다 무너진 감정 등이 별거 아닌 문제였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철학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이 책의 말을 빌리자면 '실존적 사귐'에서 진리는 시작된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심화하면 그게 철학이라는 학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 《니체가 교토에 와서 17살 나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가 좋은 안내를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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