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이전 경험이 전부인양, 나는 사람이다.

까비노 2021. 3.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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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군가 모래더미를 흩뿌렸다고 해도 믿을만한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공용 현관문이 열리자, 집안에서 보던 하늘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창문이 더러웠나 했지만 역시나 얼마 걷지 않고 느껴지는 답답함. 

 

톨스토이가 내려보낸 날개 꺾인 천사가 다시 날개를 달고 바람이라도 일으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물론, 그 천사는 세 가지 깨달음을 얻고 그분 곁으로 떠나긴 했지만... , 

'나도 세 가지 질문을 받고 맑은 하늘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같은 질문을 이어가며 걷다 보니 하늘에서 비가 내리더라. 비라니..? 점퍼 주머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을 급히 꺼내 날씨를 검색했다.

그레이 색에 파란 물방울, 그래 비가 오는 게 맞단다.

내가 느낀 게 옆에 세워진 빌라 3층에서 누군가 뱉은 침이 아녔다.

방금보다 왠지 더 흐려진듯한 구름은 금세라도 새로 산 가방을 적실 듯이 위협했다.

아 여기서 새 가방 자랑을 으흠.

 

아무튼 속도를 1.2배 정도 높여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보며 걷는 건 글렀다.

그렇게 1시간을 걸었다.

눈앞에 목적지가 보인다.

우산을 꺼내 들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를 아는가?

불확실성을 죽도록 싫어하는 인간의 말로다.

 

 2. 눌러앉을 기세로 찾아온 스타벅스다.

기세를 줄이며 다시 나왔다.

앉을자리가 없었으므로.

 

다시 기세를 세우며 건너편 스타벅스를 입장했다.

오! 2층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빈 테이블에 앉았다, 일어났다.

젠장, 건너편에 선호하는 테이블이 비어있었다.

사람은 이전 경험이 전부인양 행동한다라는 심리학 박사님들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나는 오늘도 인간답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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