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매일 이 길 위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앞으로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돌아올지. 인천에서 경기 남부까지 이어지는 출퇴근은 이제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루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 있었다.
중동 IC를 지나 평촌 IC로 갈 때면
늘 똑같은 정체가 이어진다.
퇴근길도 마찬가지다.
창 밖 풍경은 매일 비슷하지만 내가 쓰는 에너지는 그날마다 다르게 소모된다. 어떤 날은 그저 견딜 수 있는 거리지만, 어떤 날은 내 하루의 여유를 통째로 빼앗아가곤 했다.

지도를 펼쳐 보면 이유는 금세 보인다.
일자리와 개발의 축은 남부·동부에 쏠려 있고, 북부·서부는 여전히 도로 의존도가 높다.
나는 주식 투자를 통해 선택지를 마련해 왔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길 위에서 흘려버린 시간만큼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갈수록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이 흐려지고 있다는 걸 매일 체감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 시간은 내 미래에 어떤 가치를 남기고 있을까?”
그 질문은 결국 나를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 생활 반경을 조정하고,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선택.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사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삶의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까웠다. 이사에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비용을 소비가 아니라 내 시간을 되찾는 데 드는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치지 않고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나 스스로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봤다. 지도 위의 위치를 옮긴다고
모든 것이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은
앞으로 더 건강하게, 더 선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작은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정도의 변화라면, 주식투자 비중의 감소를 감당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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