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누구에게나 꼭 써내야 하는 문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열람실 입구를 들어가 왼편으로 돌아서 보이는 직원 데스크를 지나쳐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면 보이는 신착도서 코너에 꽂혀있던 책들 사이에서 제목과 본문 일부를 훑어본 후 대여한 책이다. 집으로 돌아와 펼쳐본 책에서 뜻하지 않은 단어를 접한 건 그 이후다. '페미니즘'. 작가가 스스로 페미니즘을 말한다. 이 사상에 대해 크게 생각해오지 않았는데, 언론에 노출된 자극적인 페미니즘 운동가들을 접해서일까? 잠시 책 읽기를 멈칫했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글을 쓰면 좋겠다'는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골라 든 책일 뿐인데, 내 관점으로 미리 해석하고 판단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늘 나는 나를 해명해야 했고, 질문하는 사람들의 대상이 되었고, 그런 나를 남들은 해석하기 바빴다.'는 문구가 내게 들려주기 위해 적어놨다고 느껴졌다. 비단 이런 경험이 아니었더라도, 통칭해서 두리뭉실하게 개념 잡아 논 '평범'한 무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늘 '평범'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왜 함부로 해석하는 이들을 싫어하면서,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좋은 글에는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답이라고 여겨졌던 상식에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은 파장을 일으켜 누군가의 실제 삶에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책에서 질문을 받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었던' 희미해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책 속 몇 줄.
나는 잘 쓰는 법 이전에 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질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완벽한 인간이라고 믿는 순간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 자신의 모순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글쓰기를 위해 필요했습니다.
경험을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글을 안 쓰게 해주세요.
나를 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다른 말로, 나를 망칠 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굳이 지금 그 권리를 써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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