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미국 드라마 '컨테인먼트'를 몰아봤다. 치사율 100퍼센트 전염병이 발병했고, 당국은 전파를 막기 위해 일정 지역을 봉쇄한다. 식상한 줄거리다. 그럼에도 주말 내내 13부작 드라마를 시청했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에 통증이 오면 아이패드를 침대에 눕혀 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야기의 탄생」에서는 기본적인 5막 구조를 소개한다. 전반부에는 주인공의 낡은 통제 이론이 검증되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반부에 변화가 일어나며, 마지막 후반부에 주인공에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구조는 인물 변화를 가장 간결하게 드러낸다. 5막 구조든, 그 변형이든, 그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물 자체에 가장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컨테인먼트'가 그랬다.
'컨테인먼트'는 극 초반부터 확고한 신념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전반부에는 원칙을 지키는 인물, 사랑을 믿지 못하는 인물, 사랑을 모르는 인물을 보여준다. 이들의 낡은 통제 이론이 급격한 환경 변화, 즉 컨테이너로 둘러싸여 봉쇄된 도시로 인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다. 죽음, 희망, 불안 등으로 그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마지막 후반부에 그들 각각에게 신념을 지킬 것인가?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주어진다. 여기까지가 가장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은 마지막 13화 엔딩 장면에서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렸다. 흥미가 해소되는 순간, 드라마도 끝이 난 거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 인생은 여전히 진행된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일련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보고, 듣고, 말하며 삶을 이야기로 경험한다. 이 이야기는 뇌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의 탄생'의 저자 윌 스토는 지속적으로 뇌과학 기반의 글쓰기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는 뇌가 우리의 생각과 현실을 구축하고 왜곡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할 때, 좀 더 생생한 인물과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뇌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 연결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신피질이다. 얇고 긴 막인 신피질은 이미 한쪽에 접혀 있다. 우리가 사람들의 몸집과 얼굴 표정을 해석하도록 돕는다. 사회적 세계를 끊임없이 기록하는 것이다. 또한 계획을 세우고 추론하고 수평적 연결과 같은 사고를 담당한다. 인과관계를 말로 표현하기보다 보여줘야 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암시해야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유다.
사람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다른 사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엄격한 신분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인물이었다. 플롯은 결함이 있는 인물을 시험하고 깨트리고 다시 시험하는 역할을 한다. 인물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다. 우리는 자연히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에 대한 흥미 때문이지 않을까?
'Reading&Organiz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0) | 2020.12.31 |
---|---|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 제프 고인스 (0) | 2020.12.24 |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 (0) | 2020.12.03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제레드 쿠니 호바스 (0) | 2020.11.19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