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순기능 중 하나는 지나간 추억의 흔적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그 추억은 설명되지 않아도, 나를 위로해 준다. 이유가 없어도 괜찮은 위안이었다. california Dreamin'
나는 ‘중경삼림’을 인생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예전에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을 뿐, 제대로 감명받은 적도 없고, 이 노래 ‘California Dreamin’’에 얽힌 특별한 추억도 없다. 그런데도 퇴근길, 무심코 클릭하여 흘러나온 이 노래가 귀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잠시 멈췄다. 익숙한 듯 낯선 이 멜로디가, 왜 이렇게 반갑게 느껴질까.
‘California Dreamin’’은 미국 밴드 The Mamas & The Papas가 1965년에 발표한 곡으로, 차가운 도시에서 따뜻한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노래한다. 《중경삼림》에서는 이 노래가 임청하의 일상에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며, 그녀의 내면을 상징한다. 좁은 아파트, 고독한 표정, 그리고 감정을 억누른 삶 위에 울리는 이 곡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열망과 고독감을 음악으로 시각화한 장치다. 마치 오늘날 SNS 속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견디는 우리처럼, 영화 속 인물도 꿈꾸지만 도달할 수 없는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듯합니다.
1990년대 당시, 홍콩 영화에서 서양의 올드팝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새로웠을 것이다. 특히, 1997년 반환을 앞두고 사회적 불안이 커지던 시기에,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꿈꾸는 이 곡은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5년의 한국 사회도 다르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마주하는 SNS 속 비교 문화는, 개인의 감정을 소외시키고,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감정을 안기니까. 그런 현실 속에서 ‘California Dreamin’’은 오히려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그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어딘가 나아가고 싶은 마음만큼은 지금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요즘은 SNS만 켜도 어디서 누구는 뭐 하고 산다는 게 다 보인다. 비교가 너무 쉽고, 남을 비난하기 쉽다. 가장이라는 자리는 언제나 무거운데, 무기력할 틈도 없이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내 감정은 자주 묻힌다. 그런데 이 노래가 흐르는 순간, 그 비교의 소음이 멈추고, 내 안의 감정이 조용히 떠오른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지만, 나름대로 잘 버텨온 삶이 조금은 괜찮았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울컥해지는 날이 있다. 살아보니, 그럴 땐 “왜 그런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유 없는 위로가 더 깊게 와닿는다. 이 곡이 딱 그렇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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