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내게 편한 사무실이자 서재 같은 곳이다. 주문대와 분리된 넓은 공간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그래서일까? 다른 카페들을 합 한치만큼 이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스타벅스에서 e-Frequency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앱을 사용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쌓여가던 스티커들... 아마 카드 결제를 하던 중 직원에게 '프리퀀시 적립 ~?' 이란 질문을 받지 못했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은품을 보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진 건 '서머 체어 그린'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새벽 5시 30분부터 줄을 서있었다. '서머 레디 백'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왜?? 그냥 '이뻐서' '갖고 싶어서' '한정 수량' '소장 가치' '리셀러 가격 차이' 등등... 본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이유에서 가지고 싶어 졌다. 아... 당한 거다. 아! 당할 뻔했다.
'당할 뻔했다' =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난주 토요일부터 16개 입고되던 물량이 12개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13번째 순번이었던 나는 거리에 서서 2시간 30분 동안 많은 생각을 가졌다. 어찌 억지스럽게 우연스럽게도, 때마침 읽던 책의 내용이 그랬다. 책의 제목은 「타이탄의 도구들」이다.
알랭은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 향하는 곳을 알면 타인의 중요성은 뚜렷하게 약해진다.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이 모호할수록 타인의 목소리와 주변의 혼란, 소셜 미디어의 통계와 정보 등이 점점 커지면서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돌이켜 보면, '가치'와 '가격'의 혼동에서 이런 행동을 했지 싶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 백 그린 시세가 8만 원이라더라, 핑크는 희소성이 심해서 더 비싸다더라, 어쩌고 저쩌고. 만약 체어와 레디 백의 가격이 같았다면 '내가 과연 레디 백을 받으려고 했을까?' 절대 아니다. 그랬다면 나에게 가치가 더 큰 체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뉴스를 통해 재료를 제공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 300잔 주문 후 사은품만 챙기다.' '핑크 서머 레디 백 품절' '리셀러 가치 급등' '공급 부족으로 조기 마감?' 등등이 쏟아졌다. 생산된 뉴스는 sns 등을 통해 재생산되었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마치 '레디 백'을 받지 못하면 심각한 손해를 받는 듯한 심리가 생겨, 부랴부랴 후속 주자로 뛰어들고 있다. 이벤트 초기 평일 30분 ~ 1시간 대기 시간은 현재 2시간 30분 전에 겨우 순번에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인간 종인 지라, 전형적인 작전주 패턴이 말려 들었다. 아... 혹시 '가격'이 더 오르는 건 아니겠지? 바꾸고 후회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이벤트 마감일 전날까지 기다려볼까? 이건 마치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 떨어지다가 다시 오를 수도 있겠지? 이러는 거 같다.
나는 지금 쿠폰을 들고 매장을 찾아가 딱 말해야 한다. '서머 체어 그린' 주세요! 그게 매수 버튼 위에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가장 적절하게 가치를 찾아가는 거다!
엄청 길게 썼지만, '서머 그랜 백' 받으러 갔다가 못 받고 돌아왔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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