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0이라는 숫자가 나타내는 건 뭘까? 365일을 마흔 번 곱한 숫자다. 시간으로 따지면 350,400시간이고, 분으로 따지면 21,024,000분이다. 이렇게 따지면 숫자의 값어치가 오히려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지금부터 60분, 그러니까 1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숫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사십 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걸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르게 흐를지는 감히 예상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하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볼 수는 있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책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은 희미해진 또는 놓치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책은 스무 살의 어수룩했던, 결심과 후회를 반복했던 청춘을 돌아보는 저자의 이야기다. 책의 저자 김선경 작가는 유명한 월간지 《좋은 생각》 만들었다. 그리고 월 발행 부수 백만 부를 돌파할 즈음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 시작한 출판사의 월간지는 25호를 끝으로 끝났다. 이때 저자는 마흔이 되어 있었다.
미처 몰랐던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적어봤다. 저자와 공통된 것도, 겹치지 않는 것도, 공감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책에서 저자는 마흔 가지의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한다. 아마 읽으면서 맞아! 맞아! 하는 게 대부분일 거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데도 공감해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스물셋,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어도 된다'였다. 저자는 집은 삶의 배경일뿐,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공감한다. 이런 목표는 원하던 집을 사는 순간, 또 다른 집이 눈에 들어오고,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있을 때 받는 안정감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 인생에 궁극적인 목표가 집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굳이 내 이름의 집이 없을 필요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 보면 독자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반드시 '우리에게 이게 정답이다' 하지 않는다. 저자의 경험이나 느낀 점을 말해주며 우리도 생각할 여유를 준다. 이런 여유 중 하나는 '열, 부모의 삶을 공부하면 나의 인생길이 보인다'에서 느꼈다. 저자는 "내가 왜 부모님을 거부하는가, 그걸 살펴보면 거기에 인생의 답이 있다'라고 한다. 굳이 '거부'할만한 것만 보지 말고 지나온 길을 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지나오신 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건 건강 문제였다. 부모님이 겪으신 건강 문제들은 언제든지 다가올 현실이다. 그 부분만 예방해도 인생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고 해결법을 찾는데서 오는 기쁨은 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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