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할수록 불안은 더 커진다. 왜 우리는 자주 회피하게 될까? 실패가 두려워 시험을 미루고, 실망이 무서워 말하지 못하며, 완벽한 타이밍만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어쩌면 우리는 회피를 통해 순간의 안정을 얻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불안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삶에 맞닥뜨리는 회피 행동을 극복하면 정말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 익숙한 회피의 패턴을 끊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다.
회피는 불안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학습된 행동이다.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분석하지만, 현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당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유전자가 그런 거지”, “이건 내 성격 탓이야".
이유는 완벽주의, 확실성 강박,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 ‘이게 맞는 길이 아니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예측 가능한 미래만을 원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게 회피는 자신을 보호하는 듯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패배감, 낮은 자존감 등이 다가온다.
하지만 해답은 있다. 그 첫걸음은 ‘실행’이다. '그냥 하는 거다'. 불안은 현실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행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움직이면, 예측했던 최악의 상황은 대부분 오지 않고, 그렇게 불안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다음은 ‘내려놓기’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내 책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확실성은 원래 세상의 일부다. 그걸 다 끌어안으려 하니까 버겁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시험 기간이 되면 불안했다. 평소에는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지만, 막상 시험이 다가오면 불안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모르는 부분만 문제가 출제된 부정적인 미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시험 자체를 포기한다. 시험이 끝나고 공개된 문제를 보면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때 '실행'했다면, 좋은 경험을 했을 텐데 후회했다. 이 후회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시험은 내가 아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중요한 것을 더 많이 보는 방향으로 과정을 고쳤고, 시험을 회피하는 상황은 없어졌다.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로 불합격해도 불안은 없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그 공간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았고, 몇 번의 경험 후 비로소 불안보다 큰 자신감을 느꼈다.
우리는 연출자가 되어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봐야 할 때가 있다. 언제 불안을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는지, 그 감정은 현재의 현실인지 아니면 과거에서 비롯된 환상인지. 이걸 분리해서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를 인식하는 힘, 자기 관찰의 힘이 생기면, 비로소 불안과 거리 두기를 시작할 수 있다. 회피에서 벗어난다는 건 결국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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